[한국 현대영미드라마 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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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풍경: 자유로운, 그러나 엄격한
김정호  2002-10-16 12:20:39, 조회 : 2,057

이곳에 와서 내가 받은 인상중에 가장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학생들의 수업받는 태도다. 이는 비단 대학생들의 경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혹은 인상적으로 막연히 짐작하는 미국 학생들의 자유로움은 적어도 수업과 성적에 관한 한 거의 무관한, 아니 오히려 대단히 상반된 문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은 아이가 다니는 주니어 하이 학생들의 수업 시간 엄수는 지극히 철저하다. 교사들도 지각하는 경우 tardiness 를 적용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엄격한 성적 관리를 준수하고 있어서 학생들은 숙제를 안하고 학교에 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준비물도 철저히 챙겨가야 하며, 교내에서 모든 규칙들을 엄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답하지만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예절을 잘 지키고 있었다. 교사들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심지어 방과 후 활동 코치들의 지시 사항도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규칙을 지키고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교육의 기본 바탕에 두고 있었다.

대학의 경우는 더욱 철저하다. 나는 개강 첫 주부터 관심있는 과목을 몇 주 동안 청강하기로 하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Introduction to Theatre, Introduction to Film, Critical Analysis of Theatre, Critical Analysis of Film Theory 모두 네 과목이었으며, 특히 영화이론 강의와 연극 분석 강의는 학기 내내 청강하기로 결정하고 거의 매시간 강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 수업 분위기다. 모든 학생들이 교재를 철저히 준비해가지고 강의에 임한다. New or used books 을 모든 학생들이 사서 가지고 다니며, 우리처럼 교재도 없이 그냥 강의실에 들어노는 경우는 없다. 또한 수업중에 절대 다른 학생들하고 잡담하거나 졸지 않는다. 조용히 콕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교수의 강의에만 귀를 기울인다. 하물며 셀폰을 틀어 놓거나 아니면 셀폰의 창문을 한 없이 들여다보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도대체 오지 않는 전화를 그렇게 들여다보는 짓처럼 어리석은 행동이 어디 있을 것인가.

연극 개론이나 영화 개론 같은 강의는 영사 시설이 완비된 큰 계단식 극장 강의실에서 거의150명 정도 수강하지만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물론 교수는 마이크를 이용하여 강의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잡담하지 않기 때문에 교수의 말이 강의실 끝까지 잘 들린다. 또한 학생들은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는 있지만 모두 예의를 갖추고 타인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한도에서 질문한다. 여럿이 동시에 웅얼거리면서 떠들지 않으며, 반드시 손을 들어 교수의 허락을 받고난 후 질문한다. 교수의 설명 중에도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손은 계속 들고 있었으며, 다른 학생이 질문하는 중에도 계속 손을 들고 있지만, 교수가 지목하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지목되면 그 때 질문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절대 모자를 쓰지 않는다. 이것은 강의실이 "no hats zone" 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미국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도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았다. 하기야 햇빛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들이니 어디 모자를 쓰고 싶기야 하겠는가.

둘째, 강의실 시설 환경이 대단히 훌륭하다. 계단식 극장 강의실은 완벽한 영사 시설과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소규모 계단식 강의실 역시 영사 시설과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흡음설비까지 갖추어져 있어 강의실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대부분의 강의실에서 모든 의자를 강의실 바닥에 고정시켜 놓아 학생들이 마음대로 의자를 옮기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해서, 학생들이 움직일 때나 자리를 옮길 때 전혀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강의중에 의자를 끌지 않기 때문에 절대 소음이 나지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강의할 대 강의 중에 끊임 없이 났던 바닥에 의자끄는 그 금속성의 소리란 상상할 수도 없다. 물론 일부 소규모 강의실의 경우 의자를 고정시켜 놓지 않았지만 그 경우에도 바닥에 깔린 카페트 영향으로 소음은 나지 않는다.

세째, 개강 첫주에 결석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과목 취소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수강한 과목이라 하더라도 첫주에 결석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취소되기 때문에 거의 결석하는 학생들이 없다. 학생들은 점수에 대단히 민감해서 해당 과목의 실러버스에 적혀있는 요구사항들을 거의 빠지지 않고 해내고 있다.

네째, 냉난방 시설과 바닥의 카펫 시설은 기본적으로 다 갖추어져 있다.

한편, 교수들도 개강 첫주부터 강의를 충실히 진행한다. 첫 시간에는 자세히 작성된 실러버스를 나누어주고 강의에 필요한 정보나 평가 방법등을 꼼꼼히 알려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히 불러 확인하는 절차였다. "Is that right?"라고 반복적으로 이름을 확인해 주는 장면이다. 학생들은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수정하여 발음해 주기도 한다. 정겨운 장면이기도 하거니와, 도 다른 이유는 미국인들의 이름이 소리나는대로 적혀있는 것이 아니라 발음하기가 대단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연극 분석 과목을 강의하는 Sarah Bryant-Bertail 교수는 자기 이름을 발음하는 요령으로 [Bear-Tie]라고 칠판에 적어주기도 했을 정도다.

교수들은 강의 중에 끊임 없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거의 50분 이상을 질문으로만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That's an interseting point"라거나 "What a good point"라고 반응을 보여 학생들의 질문을 부추긴다. 아울러 질문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는 이름을 부르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질문이 끝난 후 학생의 이름을 확인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곳 워싱턴 대학의 학기제는 쿼터제다. 따라서 학생들은 총 11주의 학기 기간동안 한 주에 한 과목당 대략 5시간씩 강의를 듣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수강하는 영화 분석 강의의 경우 일주일에 영화보는 시간이 한번에 140분씩 두번, 교수의 강의 설명이 80분씩 두번이니 모두 400분, 그러니가 8시간을 수강하는 셈이다. 이러니 학생들의 수업 부담은 큰 편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를 이들과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선 시설이 다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형성된 수업 받는 태도를 일시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고등학교의 수업분위기나 학생들의 태도를 한탄할 뿐이다. 교수의 강의에 대해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거의 무관심하거나 "소 닭 보듯"하는 그런 식의 강의 받는 태도를 우리는 그저 한탄하고 있는 실정이니 정말이지 막막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막연하기만 하니 말이다. 방관과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그런 식의 수업이 시작된 때와 곳이 어디인지...

단언컨대 우리가, 우리 학생들이 지금의 수업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거의 무망하다고 보아도 틀림 없을 것이다. 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야할 길은 그렇게 멀고 고단하기만 한 그런 길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아도 될 길은 아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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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풍경: 자유로운, 그러나 엄격한  김정호  2002-10-16
12:20:39
     Re..사실입니다.  이해영  2002-10-16
22:20:11
       잘 읽고 있습니다.  김소임  2002-10-17
11: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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