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영미드라마 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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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 애들(1)
김정호  2002-11-19 21:16:57, 조회 : 1,582

(지난 두 주간 지나치게 개인적인 소회를 올려 쓱스러운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여 이곳 교수의 성실함과 학생들의 재기 넘침을 간략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죄송합니다)

새러(Sarah Bryant-Bertail)가 담당하는 드라마 302 강좌를 청강하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강의 방식에 대해서 반성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그녀의 강의 방식을 가능하다면 원용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 교수의 치밀함과 자상함이 돋보인다. 그녀는 일일히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려 애를 쓰고 있었으며 반드시 학생들이 이름을 불러주었다. 혹시 이름을 혼동할 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언젠가 강의 후 대화에서 그런 그녀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라는 말을 건네자 그녀는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준다는 것은 특히 여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다음으로 이론적 요점이나 배경은 교수가 직접 워드로 작성해 복사해 나누어주고 친절하게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쉬운 용어로 해설한 그녀의 유인물들을 참고하면서 다른 article 들을 읽어내야 했다. 그녀의 강의는 거의 질문들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작품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질문들이었다. 학생들의 이해도를 측정하기도 하거니와 학생들을 그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구체적 사실들에 대해 확인해 나갈 수 있었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며, 무대 위에 놓여 있는 소도구들이며, 색깔, 모습, 그리고 무대 위의 사건 이전의 배경 등,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 후에는 학생들의 공헌도에 대해 칭찬하는 수고로움("Thank you all for your contributions")을 잊지 않는다.

또한 학생들에게 수업 중에 희망자들을 선발하여 교실 앞으로 나오게 하여 리딩을 시켰다. 이는 연극 연습 장면의 하나를 적용한 것으로서 희곡 작품을 공부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대학생들에는 소리내어 읽게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 또한 이 점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연극 작품인 경우 소리내어 감정을 넣어 리딩을 하는 것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그러니까 경제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주 해당 작품인 처칠의 Cloud Nine 의 경우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을 직접 작품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교차 배역을 시켜 리딩을 시켰는데, 청각적으로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리딩 후 학생들의 반응과 실제로 리딩을 한 학생들의 반응을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처칠의 의도를 추적해나갈 수 있었다.

새러의 성의가 돋보이는 또 다른 대목을 들자면 학생들이 페이퍼에 대한 그녀의 집착과 꼼꼼한 글읽기다. 그녀는 학생들이 제출한 페이펴에 대해 대단히 다양한 항목에서 평가하고 수정해서 나누어주고 있었다. 예컨대, 페이퍼의 내용에 대해서는 Accurate explanation of theoretical approach, Accurate and sufficient use of theoretical terms, Clear understanding of the plau shown through close reading, Use of evidence from the play to spport argument 를, 페이퍼의 편제에 대해서는 Overall clarity and effectiveness, Effective paraphrasing and transition sentences, Effective introduction and thesis statement, Effective conculsion 을, 그리고 스타일에 대해서는 Overall clarity and effectiveness, Word choice precises, varied and effective, Correct sentence structure, Correct spelling, Correct punctuation, Correct endnotes, Correct works-cited 등 매우 섬세하고 다양한 항목들을 편성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가히 엽기적일만큼 재기넘치는 발표 형식이었다. 이 아이들은 한결같이 발표를 즐기고 있었으며, 각 조별로 마치 재치와 상상력을 경쟁하듯 깜짝쇼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치는 조를 거듭할수록 상승작용을 일으켜 점점 더 엽기적인 발표형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적어도 일주일 전 새러는 해당 이론과 작품에 대해 발표할 학생들을 한 시간 정도 그녀의 연구실에서 만난다. 학생들은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입안하고 계획하여 교수와 상의 한 다음 대략 50분 정도 발표한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그들은 그들이 준비한 작은 연극을 다른 학생들 앞에 선보인다.

실제로 한국에서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반드시 해당 작가와 작품에 대해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그 발표는 여러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기 몫을 할당해 조사한 다음 일괄적으로 전체적 발표 자료를 정리하고 복사하여 나누어 준 다음 한 사람씩 앞에 나와 학생들을 상대로 발표하고 질문을 받고 마치는 형식이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교수 혼자 강의하는 것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작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상하게, 작가 연구부터 작품 분석, 장면 나누기, 특징적 양상들, 주제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긴 했다.

그러나 새러의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그 형식을 달리해 발표하고 있었다. 우선 대략 5명 정도 한 조가 되어 발표하는데 이 형식이 단체 발표 형식이고 발표 자체가 하나의 연극 작품 같았다. 그러니까 발표 형식이 치밀하게 연습된 하나의 공연이었다. "낯설게하기" 공연 형식까지 가미한 그런 형식.

구체적 예를 들자면, 이번 주 발표 주제 이론이 페미니즘이고 해당 작품이 처칠의 Cloud Nine 이었는데 학생들은 대단히 특히하게 준비하고 발표했다. 먼저 두 명의 학생이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는 상황을 설정하고--마치 시험공부하는 학생들처럼 진지하게--이론에 대해 서로 그 요점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상황으로 발표가 시작된다. 가끔씩 농담도 하고 장난하면서 토론하던 그 두 학생이 어느 대목에 가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풀로어에 있던 약정된 학생이--약정된 학생은 모두 세 명이었다--앞으로 나가면서 그들을 훈계(?)한다. 그 학생은 소위 페미니즘 전사 복장을 한 운동가였다. 그녀는 그들을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이 준비한 내용들을 읽어 주기도 하고, 설명하다가 작품 속의 해당 부분들을 복사해 두 학생에게 직접 연기하면서 읽어보라고 시킨다. 학생들은 그 장면을 감정을 넣어 읽어내면서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 때 페미니즘을 선전하는 학생 역시 적당한 의상을 준비해 입고 있었으며, 과격한 동작을 하면서 훈계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그 이론의 행위자이자 설교자였다.

이런 식으로 세 명의 인물들이 각기 서로 다른 입장의 페미니즘을 강조하면서, 각기 작품 속에서 구체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취사 선택해 학생들에게 연기하고 읽어 내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그 학생들은 이론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디킨스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이들의 발표 형식과 포맷은 하나의 연극이었으며, 이론을 이해하는 데 연극을 이용하여 체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각자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실감나는 연기를 했으며, 다른 학생들, 그러니까 플로어에 앉아 있는 다른 조의 학생들은 대단히 흥미로워 했으며, 잘할 때는 휘파람을 불어대기도 했다. 나는 사진을 찍어주었고...

이런 식의 발표는 반드시 복잡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조명도 복잡한 무대도, 그리고 자질구레한 소도구도 없는, 그저 빈 무대 위의 배우들만의 연기로 일관되는 식이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공연의 효과도 톡톡히 내는 방식이니까.

발표가 끝나면 교수는 그들이 선택한 용어나, 구체적 장면들에 대해 조원들에게 다시 질문하기도 하고, 다른 조의 학생들의 의견도 들었다. 물론 여기도 질의 응답 형식이었다. 학생들은 끝 없이 손을 들었으며, 질문의 연속이어서 어느 정도 경과한 다음에는 교수가 적당히 그 질문들을 마감했다. 그리고 교수가 준비한 비디오 클립을 보여 주고 정리한 다음 강의를 마쳤다.

이곳 워싱턴 대학의 학기제는 쿼터제라 학생들은 한 과목당 대략 5시간 정도 수강했다.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략 2주의 강의 분량에 해당되는 셈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의 경우 읽어낼 수 있는 분량을 감안하면 그 5 시간(2 주) 동안 한 작품을 소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우리 학생들의 경우 작품을 읽어내는 능력과 수업 부담 때문에 그 기간이 적당할지 확신할 수 없으나 적어도 3주(9 시간)라면 충분할 것이다.

학생들이 순수 학문에 등을 돌리고 쉬운 과목을 찾아 온통 게시판에 "이런 교수 어때요? 혹은 저런 과목 족보 없나요?" 등을 도배하며, 드랍을 반복하면서 끝도 없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숙제 없고 쉬운 학점 찾아 그 고단한 순례의 여정을 떠나고 있는 지금, 새러의 강의 방식과 학생들의 흥미로운 반응은 적절한 시사적인 예로 삼을만 했다. 적어도 희곡 강의의 경우 무대 공간이나 동선 및 딕션, 및 기타 기호학적 약호들에 대한 간단한 이해와 실제 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어느새 나는 그들의 다음 발표 형식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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