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영미드라마 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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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인극축제 참여작-"나스타샤"(국내초연) 공연작품 소개...
남육현  2005-09-25 01:01:09, 조회 : 1,729

7편의 러시아 작품들만 7명의 연출자들이 각각
1작품씩 맡아 대학로에서 올리는 가을 무대입니다
"나스타샤는" 이 작품들 중 2번 째로
10월 4일부터 9일까지 막이 오르는 작품입니다
선생님들께 그리고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겐 할인 가능합니다
학생들이 많이 단체 관극할 경우에
원하시면 공연직후 연기자및 연출스탶들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하겠습니다...


2005 “러시아 2인극 페스티벌”
ESTC(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 참여작

"나스타샤"
(국내초연)

원작자: Pyodor Dostoevsky
원작명: Idiot
무대각색작품명: Nastasya (나스타샤)
번역/각색/연출: 남육현
드라마투르그: 이정린
극단: Eurasia Shakespeare Theatre Company
티켓문의: 2인극축제추진위 (극단 앙상블-02 3676 8611,
          김승우 017 573 7532, 조정민 017 254 5600
          (ESTC 016 300 7218, 016 201 7387, 019 408 5815)
공연일시: 2005. 10. 4 (화)--9 (일) (6일간)
평일 (화-금) 7:30 pm, 토.일 4:30 pm & 7:30 pm
공연장소: (동숭동) 상명아트홀 소극장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서 큰길쪽으로 약30m지점, 음식점 낙산가든 바로 위쪽)



(다음은 작품 소개 및 관련 글입니다)

연출노트--도스토예프스키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 이후...
                               남육현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 예술감독/한양대 강사

더 어린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 2학년 때에도 무척 가난하게 살아서 집에 책이 없었다. 그래서 동네 ‘형’들 또는 선배들의 집에 놀러갔을 때 서가에 책이 가득 꽂혀 있으면 그게 그렇게 부럽고 좋아보였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지금은 내서재에 책이 일만여권으로 늘었다) 어느 겨울 날 몇년 학교 선배인 동네형 집에 놀러 갔는데 서가에 꽂힌 책들을 둘러보다가 그중에 “죄와벌”이란 제목을 가진 책 하나가 내눈에 확 들어왔다. 중학생인 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누군지 어떤 문학사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난 단편소설이나 시 특히 추리(탐정)소설에 무척 깊이 빠져 있는 상황이었고 이미 내가 사는 읍내(지금은 전국에서 인구성장률이 가장 빠른 과속성장 도시가 되었지만)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에 꽂혀 있는 추리소설은 모조리 탐독했다. 이 책방주인이 이 책가게를 내기 전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장마다 참고도서, 만화책 소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책들을 닷새마다 한 번씩 서는 장날에만 가지고 나왔고 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책들을 빌렸다가--당시 가난으로 책가방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보자기에 책을 싸서 갖고 다녔으며 집에서 학교까지는 약 4km 정도 되었지만 초등학교 내내 매일 그길을 걸어다녔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올때는 어린아이엔 쉽지 않은 길이었고 특히 폭우가 내리는 장마철엔 건너야하는 냇가가 두세개 되어 물이 범람해서 어른이나 선배들이 업고 건너야했으며 학교에 가면 물에 떠내려가는 불행한 사고로 자릴 비우는 친구들도 드물지 않았다. 당시는 6.25 한국전쟁 후 혹독한 파괴와 가난의 시기였고 튼튼한 다리들도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다리들 대부분이 전쟁시 파괴되었다--다음 장날 다시 갖다 주거나 또 다른 책들로 바꿔 빌려보곤 했다. 여기 저기 장날마다 책을 가지고 다니던 이 책보부상이 점점 성장해 우리읍내 서점 1호가 되었다--그 전까진 책방이 없었다.
작았던 이 책방에선 더 이상 읽을 거리가 없었으므로 또다른 추리(탐정)물을 찾고 있던 어린 나로서는 언듯 이 제목 “죄와벌”이 풍기는 무언가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동네 형에게 그 책을 좀 빌려달라 했다. 그러나 그 형은 “그책은 네게 너무 어려워 읽기 힘들다”며 좀 더 크면 읽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상의 날개를 달고 무작정 치솟아오르기 시작한 내 10대의 “죄와벌”에 대한 호기심을 잠재우고 아무래도 상당히 맛있을 것 같은 이 새로운 먹이를 포기시키기엔 너무 늦었다. 결국 여러 차례에 걸친 나의 끈질긴 ‘조르기’에 지친 그 동네형은 결국 책을 내주며 “넌 하루도 못넘기고 후회하게 될거다”란 말을 했다. 그 두터운 책과 함께 새로운 호기심을 한아름 부등켜 안고 수북히 쌓인 눈위로 부는 매서운 한겨울 바람도 잊은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형네집으로부터 500여미터 떨어진 허름한 내집 사랑채 대문을 열고 안마당을 거쳐 안채의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현재 지어진지 130년쯤 된 3대째 살고 있는 집이다. 당시 우리집 모든 식구들이 읍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난 집을 혼자 지키며 자는 일이 많았는데 방은 무척 추웠고 방윗목에 놓아둔 물은 얼음이 얼었다. 그리고 밤엔 좀 무서웠다. 그시절엔 아직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집에선 석유등을 쓰거나 초를 사용했었다. 작지 않은 집이고 오래돼 좀 을씨년스럽고 고딕적 분위길 내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화장실은 사랑채에 있었는데 안방문에서 20여미터 떨어져 있었고 시골의 적막감과 칠흑같은 어둠이 있었다. 화장실 갈땐 등이나 초를 가져갔었는데 안마당을 지날 때 부는 바람때문에 꺼지는 경우가 많았다. 긴 풍설 견뎌온 나무 화장실 문을 열때 끼익하며 돌쩌뀌 돌아가는 소리도 공포를 극대화했고 더구나 화장실 안에서 우주의 순환섭리를 한참 깨우쳐갈 때 촛불이 꺼지면 정말 더 이상 살고싶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집주변이 모두 산인 이곳은 짐승들이 꽤 많았고 한밤중엔 자주 집에서 기르는 닭 등을 채가는 일이 있었다. (딸을 넷 둔 어머닌 사위용으로 몇 마리를 키웠다) 어둠속에 닭이 공포의 패닉상태에서 소리치며 풍기는 소동이 일때 급히 고함치며 달려가 보면 휙 소리를 내며 달리는 물체와 함께 이미 닭의 비명소리는 울타리를 넘어 저만치 멀어져간다. 현재도 주변에서 노루를 가끔 만나는 곳이다.
“죄와벌”을 빌려온 날도 혼자 자야하는 때였고 삭풍이 다 벗은 나무끝에서 비명을 지르는 맹추위의 겨울밤이라 아랫목에서 이불을 코위까지 당겨 덮고 희미한 촛불아래 주인공 인텔리겐챠 라스콜리니코프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자기 범죄를 심리적으로 정당화해가며 결국 도끼를 옷속에 감추고 이사회에서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마땅히 제거해야 될 당연한 대상으로 확신하며 그가 함께 사는 뻬쩨르부르그 (이 번 공연작 “나스타샤”의 배경이기도 하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러 가는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생인 가난한 젊은 청년의 처절한 절망적 희망의 얘기는 칠흑같은 밤 맥베스가 자기성을 찾아온 던컨왕을 시해하는 순간들 만큼이나 내가슴을 몹시 두근거리게 하였고 방문 창호지를 마구 흔들며 아우성치는 밖의 겨울바람 소리에 읽다말고 문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기도 했다. 안방 문고리가 잘못되어 걸수가 없어 항상 끈으로 동여매야 했고 혼자 잘 땐 그랬으며 당시엔 전쟁참화의 비극이 빚어낸 가난했던 시절이라 팔다리가 없는 거지와 도둑도 많았다. 가져갈 것 없는 집이었지만 겁이 났다. 아직도 점 점 깊어가는 겨울밤 촛불아래 자주 시린 손을 이불 속에 넣어가며 라스콜리니코프의 죄의 발자국과 따라가며, 또는 주인공이 아름다운 여자친구 소냐의 설득에 의해 인간 존엄성에 대한 회귀를 약속하고 뉘우치며 시장광장에서 엎드려 대지에 입맞추는 아름다운 새로운 인식의 발화를 지켜보며 페이지를 넘기던 생각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스토예프스키와의 첫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94년 겨울에 러시아를 15일간 (뻬쩨르부르그를 7일 모스크바를 8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런던에 살던 때이므로 오래 전부터 별렀던 전유럽대륙의 공연흐름을 돌아보기 위해 북구 러시아 동구 서구 북부아프리가 등을 포함한 공연상황 점검길에 런던서 타던 내차를 가져가기로 하고 러시아 자동차 여행비자 (핀란드 헬싱키-->뻬쩨르부르그-->모스크바-->폴란드 바르샤바)를 받았는데 내차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베르겐을 갔다오던 도중 산악지방 새벽 폭설 속에 전복되어 차를 버리고 기차여행을 했기 때문에 핀란드에서 뻬쩨르부르그에 도착하게 된 것도 기차였다. 우여곡절 끝에 뻬쩨르부르그에서 처음 탄 트롤리버스는 발디딜틈 없는 만원이었는데 그 지옥같은 혼잡 속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수수한 차림의 면도도 못한 청년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좀 놀랍기도 하고, 무엇인가 진지하고 좀 우수에 찬 그 회색도시 뻬쩨르부르그 청년을 보는 순간 그 모습이 “죄와벌” 속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와도 같다는 묘한 생각이 들어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 그는 영어를 말할 수 있었고 뭘하는 사람이냔 내질문에 고등학교 역사선생이란 말을 했다...]
그 다음 도스토예프스키와의 만남은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먼저 간 친구 때문였다. 그는 특히 “까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좋아해 자주 무대에 올렸고 때론 “죄와벌”도 무대화했으며 많은 연습과 공연시간들을 함께하며 작품얘기를 했다. 좀 호탕했던 이 친군 창에도 일가견이 있어 창극도 여러번 공연했고 특히 이친구의 좋은 점은 어쩌다 술자릴 같이 하게 될 때 말술을 마시지만 결코 술주정이 없으며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자주 노랠 한다는 것이다. 노래가 동이나면 동요까지라도...새벽까지라도 지속된다...80년대의 일이다.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 번 2005년 가을 러시아 작품전 참여무대 “나스타샤”가 크게는 세 번 째 만남이 되는 셈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원작 “백치”(Idiot)를 각색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이 작품에 대한 또 하나의 숨은 얘가 있긴 하지만 어릴 때 만났던 이 작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기대가 우선 작용한 바 컸고 최근에 내가 관계한 “베로나의 두신사” (The Two Gentlemen of Verona, Shakespeare 작), “고곤의 선물” (The Gift of the Gorgon, Peter Shaffer 작)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초연작의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의 시대를 궤뚫는 날이 시퍼런 통찰과 내성의 비수는 매일 엔트로피(Entropy) 아니 어쩜 극적 카타스트로피(Catastrophy)를 향해 가는 뻬쩨르부르그의 인간들 더 나아가 도스토예프스키 소우주 속 모든 인간들의 인성과 그 심리적 부패와 인간성에 대한 퇴락, 속물적 기만과 위선, 물질숭배를 향한 환상과 허상 등에 대한 적나라하고도 치열한 해부를 하고 있다. 이 범인류적 현상의 딜레마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짙은 인간적 고민이 있고 그의 낭만주의적 해법을 위한 희망이 있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작가는 믜시킨 공작의 입을 빌어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Beauty will save the world)라고 했는데 여기서 적어도 믜시킨의 아름다움이란 전통적인 서구적 프로타고니스트들에서 보이듯 햄릿적 대결적 구도에서와 같은 초월적 의지의 힘으로 난국을 극복해나가는--힘의 균형자적 밸런스를 이뤄가는 소위 시적 정의를 추구해가는--의미에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5년간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간질병이 완치되지 않은 믜시킨 공작 자신이 “백치”(Idiot)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불안정 자체다. 그러나 이 불완전한 인간은 항상 거의 물이 흐르는 위치의 낮은 곳에서 매일 혼돈과 절망적 붕괴를 향해 나아가는 뻬쩨르부르그 인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려 애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믜시킨의 불안정성과 나약함을 알고 있지만 그의 세속적인 많은 일들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때로는 놀리기도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절망과 희망 불안과 질시 심지어 공작 자신에 관련된 중상까지도 그에게 숨김 없이 털어놓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비밀을 그에게만은 토로하고 상의한다. 일반적인 일엔 어수룩하고 때론 바보스럽기까지도 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선 사물을 궤뚫어보는 직관력을 가졌고 문제의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며 정곡을 찌르듯 본질을 논한다. 도스토예프스키적 새로운 프로타고니스트 모델의 정립이며 이미 참신성을 잃고 폐허처럼 빛이 바래가는 유럽문명에 대한 점증하는 불만과 함께 러시아 속에 깊이 뿌리박은 슬라브주의적 구원과 해결책의 모색이다
등장인물에 대해 좀 첨언한다면 믜시킨 공작의 안타고니스트적 인물인 친구 로고진은 현실과 세속의 인간--디오니소스적 감성적 인간--이며 부분적으론 외래 (특히 유럽) 문명의 영향력 하에 있다. 어떤 면에선 그도 이러한 화려한 문명세계의 악취로부터 고통받는 희생자로서 자기파괴적 세속적 정의 (Worldly Justice)를 따른다. 그의 항상 불완전하기만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좌우명은 “Carpe Diem" (현실을 즐겨라) 로 대변될 수 있다.
몰락한 귀족 믜시킨은 미래와 약속의 인간--아폴론적 이성과 순수의 인간--이며 한편으론 러시아에 민족에 깊이 뿌리박은 슬라브주의적 입장을 지원한다. 그도 다른 각도에서 항상 불완전한 삶을 지탱하기 위한 좌우명으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 (Beauty will save the world) 란 시적 정의 (Poetic Justice)를 믿는다. 이 것이 엉망으로 붕괴되어가는 러시아 사회, 부패와 타락과 카오스로 가는 러시아 아니 인류사회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두 사람은 또다른 차원의 세속적 욕망과 자기모순의 인간인 뻬쩨르부르그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 나스타샤를 만나 뗄 수 없는 인간관계로 얽혀버린 치명적인 앙가주망의 덫에 걸리게 되며 그들의 절망적 관계는 뻬쩨르부르그 사회의 시간 과 공간을 부패시키고 때론 정화시킨다. 여기에 새로운 차원의 우정과 사랑과 증오와 용서가 낳는 의미의 자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나스타샤의” 비극적 변주곡을 연주한다.
끝으로 2005년의 어느 여름 날 바로 내일 아침이면 Les Miserables이 시작되는 그 원인제공을 할지도 모를 지옥같이 참혹한 삶의 추악한 고통의 잔인한 함정들 속에 굶주린 맹수의 어금니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끼인 채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반도의 아무리 보아도 비정상 “자본주의의 덫”에서 기꺼이 떨쳐나와 작품을 위해 흔쾌히 뜻을 같이 하고 땀과 열정으로 어려운 연습에 임해준 박태경 원종철 두 연기자들, 물론 최종번역과 각색을 새롭게 했지만 안제이 바이다 각색본을 처음 번역해 좋은 자료를 제공해주신 이진아 선생님과 바쁘신 중에도 이작품의 드라마투르그를 선듯 맡아 1차수정및 다양하고 유용한 작품 만들기 제안들을 수시로 해주어 많은 도움을 주신 이정린 선생님, 그리고 여러 도움을 준 앙상블의 축제 진행팀과 의상, 무대미술, 진행 등 여러 분야에서 땀흘린 연출 스탭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작품 번역과 각색 연습 등 여러 일들이 겹쳐 작년에 떠나가신 어머님이 계신 아산의 선영에 벌초를 하러갈 수가 없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너무 시간에 쫒기는 내소식을 듣고 고맙게도 근처에 사는 친척이 풀을 잘 깎아주어 다행이긴 하지만) 살아 계실 때에도 잘해드린 게 없어 늘 죄스럽고 가슴이 많이 아팠는데 가신 뒤에도 첫해부터 또다시 큰 죄를 짓게 되었다. 늘 수많은 잘못들을 용서해주시고 자식의 앞날을 위해 끝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항상 돈독한 불심으로 빌어 주셨는데...자식이 자정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도 언제라도 결코 주무시던 방에 불을 끄지 않으셨고 자식이 방으로 들어가는 문소리가 난 뒤에야 불을 끄셨는데...가신 뒤까지 너무 외롭게 해드려서 크게 무릎 꿇고 비는 죄송한 마음이다...

작가와 작품
이번 ESTC (Eurasia Shakespeare Theatre Company,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2005 러시아 2인극 축제’ 참여 작품 “나스타샤”는 러시아의 대표적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작가의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간 현실에 대한 통렬한 인식, 인간감성의 집요한 탐구와 그 심화확대 측면에서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로도 비견되는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의 1868년 그가 47세 때 쓴 “백치”(Idiot)를 각색한 작품이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대표작 중의 하나며 “죄와벌” 발표 직후 내놓은 야심작으로 이 작품 뒤에 작가는 또 다른 야심작 “까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발표하게 된다. “나스타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연출이 읽은 원작 “백치”의 한국어 번역본은 1000여 페지가 되는 것으로 수많은 변화속의 러시아 슬라브 민족적 서사시라고도 할 수 있을 진한 삶의 원액들이 잘 발효되어있고 무척 극적인 사건들의 전개가 풍요롭게 펼쳐지는 사랑과 증오와 용서의 대작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셰익스피어, 바이론, 조르지 상드, 디킨즈, 빅토르 위고, E.T.A. 호프만, 발자크, 괴테의 “베르테르”와 “파우스트,” 쉴러 등을 즐겨 읽었고 발자크의 “외제니 그랑데”를 1843년에 번역하기도 했다. 특히 쉴러의 “도적들”(Die Rauber) [The Robbers, 최근에 국립극단 이윤택 연출로 ”떼도적“이란 제목을 붙여 공연]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미 10살 때 모스크바 무대에서 당시 유명배우 모찰로프 주연으로 관극했고 후에 그의 형 미하일에게 쓴 편지에서 “전 쉴러를 암기해버렸습니다...쉴러에 심취해 있습니다. 운명이 나의 인생에 부여해준 최선의 것은 저에게 이 위대한 시인을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연극무대에 도취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러시아 작가 푸쉬킨, 고골, 레르몬토프 등에 심취하기도 했다. “백치”에 대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이 쓴 한 헌정사에서 “이 작품의 주요한 사상은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는 일이다...아름다운 것--그것은 이상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 믜시킨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Beauty will save the world) 란 말을 하고 있다. 비슷한 이야기를 도스토예프스키가 태어난 바로 그해 (1821년) 26세의 나이로 아깝게 요절한, 서구 낭만주의가 처음 태동한 영국의 대표적 낭만파 시인 중 하나인 존 키이츠(John Keats 1795-1921)도 한 시(Ode on a Grecian Urn)에서,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아름다움은 진실이고, 진실은 아름다움이다) 란 말을 한 적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저 깊숙한 밑바닥에는 도도히 흐르는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짙은 연민과 사랑이 있다.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불완전한 주인공 믜시킨의 아름다움은 이들에 대한 조용한 그리고 말없는 포옹이다. 그 속에 소리없는 진실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이 고전 명작은 1899년 모스크바 소극장과 뻬쩨르부르그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동시 공연되었고 그 이후 발레 영화 오페라 등 많고 다양한 장르의 버젼들로 수많은 관객들과 독자들로부터 끊임 없이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최근엔 지난 7월 말 춘천 국제 연극제에서 한 루마니아 극단의 이미지극 형식으로 만든 졸닥 연출 “백치” 초청무대가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린 시절부터 쉴러 등의 대가들 연극에 깊이 빠져들었던 작가로 이야기의 소재나 드라마틱한 구성력에서 자주 극작가들보다도 더 극성이 풍부한 작가임을 그간 많은 평자들로부터 인정받아 왔고 백치를 포함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극히 치열한 드라마와 같았던 작가 자신의 실제적인 삶 그 자체 이상으로 연극성 풍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뛰어난 작가성을 바로 입증하게 될 것이다. 압축 정제된 새 무대 “나스타샤는” 또다른 차원에서 이 러시아의 치열한 작가가 숨겨놓은 무대예술적 풍요로움과 그 완성도 그리고 연극적 가능성을 새롭게 공감하는 특별한 의미와 체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플롯
수없이 많은 남자들로부터 흠모를 받는 대단히 빼어난 아름다움의 미인이며 알수 없는 신비를 지닌 나스타샤가 헤어날 수 없이 연정으로 얽혀버린 백만장자 로고진 저택을 그의 친구 믜시킨 공작이 방문하면서 과거 얘기가 시작된다. 좋은 가문의 마지막 손인 믜시킨 공작은 겉으론 멀쩡한 것 같지만 간질유사 정신병 증세의 소유자이며 몇 년 만에 스위스 정신병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와 빼쩨르부르그로 향하는 기차에서 로고진을 만난다. 창차 나스타샤가 그의 신부가 될 것이란 얘길 로고진으로부터 들은 뒤 우연히 빼쩨르부르그에서 그녀와 조우하게 된 믜시킨은 나스타샤를 처음 보는 순간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과 함께 연모하게 되고 그녀 또한 순수한 믜시킨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린다. 나스타샤는 남편감으로 믜시킨을 결정하지만 과도한 자기비판 속에 타락한 자기 자신을 비관하고 그녀의 아름답지 못한 과거에 대해 몹시 괴로워하며 자신의 오욕에 대한 자괴감으로 수치스러운 그녀의 어두운 과거로 순수한 믜시킨을 오염시킬 수 없다 판단해 마침내 자의 반 타의 반 옛사랑 로고진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감행한다. 두사람 사이를 오가며 여러 파장을 일으켰던 우여곡절 끝에 결국 믜시킨과의 결혼식장 교회앞 수많은 하객들 앞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눈부신 미인 신부 나스타샤가 돌연 모든 사람들의 경악을 뒤로하고 갑자기 하객들 사이에 나타난 친구 로고진에게 달려가 함께 마차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로고진은 이미 정신적으로 그녀가 믜시킨에게 기울어 있음을 깨닫게 되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스타샤를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영화처럼 자기 신부와 함께 도망친 친구 로고진의 집을 찾아내게 되고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나스타샤가 함께 있는 암울한 뻬쩨르부르그의 한여름 밤 달빛 드리워진 백야의 로고진 방에서 선악의 이분법 차원을 넘어 치명적으로 얽혀버린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과 절망과 용서의 어두운 이야기는 계속된다...

스탶과 연기자 이름 전화 작품경력
<스탶>
연출: 남육현 016 360 1112 [런던대 킹스칼리지/Shakespeare 전공/한양대 강의 /Eurasia ShakespeareTheatre
           Company/Artistic Director], 열개의 인디언 인형(아가사 크리스티 작), 고곤의 선물(피터 쉐퍼 작), 리어
           왕(셰익스피 어 작), 햄릿(셰익스피어 작), 열 두번째의 밤(셰익 스피어 작), 맥베스(셰익스피어 작), 베로
           나의 두신 사(셰익스피어 작) 외 다수
드라마투르그 이정린 019 575 1106 [독일 마인츠대학 문학박사/Brecht 전공/ 고려대 연구교수/ 연극평론가], (드
           라마투르그) 아담은 이브를 사랑했을가 외 다수
연출보: 양윤필 010 2536 0718 오스트리아 독일서 5년간 연출전공/ 동맥, 불의 가면, 테오와 빈센트 반 고호, 여성
           반란, 고도를 기다리며, Civil Wars (로버트 윌슨작, 독일 프라 이브룩 시립극단) 외 다수
스피치: 이현수 017 261 6546 휘가로의 결혼, 안내놔 못내놔, 희한한 한쌍, 회전목마, 꿈, 신의 아그네스, 십이야,
           여로, (TV) 개 국, 역사는 흐른다, 토지, 왕건, 장보고, (영화) 연애의 목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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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미술: 송유진 011 439 6852 인류 최초의 키스, 헨리4세, 통북어, 숲속으로, 가스펠, 로빈훗과 친구들, 마법전
         사 미르가온, 이 순신, 토스카, 굿모닝 바그다드, 전시조종사 외
구은혜 016 264 7454 마술피리, 헨젤과 그레텔, 갓스펠 외 다수
의상: 김인옥 011 9371 7926 세일즈맨의 죽음, 사마귀, 달세계로의 여행, 아이 다, 이수일과 심순애, 캬바레, 사운
         드 오브 뮤직,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백조의 호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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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경 019 332 0129 햄릿 프로젝트, 흉가에 볕들어라, 개구쟁이 마법사, 사랑을 사르다, 아침새, 프라우
        다, 라 뮤지카, 어둠아기 빛, 안중근, 달빛 아래 달린다 외 다수)
음악: 이태호 016 300 7218 꽃피고 꽃지는줄 모르고, 백두거인, 다시온 취발이 외 다수
섭외: 이수빈 016 9992 6402 쌍시, 햄릿, 한여름 밤의 꿈, 맥베드, 데카메론, 아가씨와 건달들, (영화) 장군의 아
        들, 알바트로스 외 다수
진행: 김수민 019 408 5815 최영주 신효철 김민성 강양은
        이진명 016 201 7387 김희진 윤태칸 김지영 정봉훈
<연기자>
로고진: 박태경 018 361 4404 엘렉트라, 건축사와 아씨리황제, 오이디푸스, 굶주린 층의 저주, 길, 체홉 단막극
           선, 휘가로의 결혼, (영화) 살인의 추억, 하류인생 외 다수
믜시킨: 원종철 011 9937 9297 대빵 큰 고래의 꿈, 싱싱냉장고, 미토스3부작, 루트 64, 낙루하니, 능소야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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