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영미드라마 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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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생활비 줄여 쓰기
김정호  2003-08-05 03:18:07, 조회 : 4,302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다녀 온 동료 교수들이 일년에 몇 만불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렇게 낭비벽이 심해서야..."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유학생 시절 $ 670 짜리 차를 타고, 최소한의 생활비만 지출할 수 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우리 돈으로 몇 천만원 씩 쓰고 돌아 온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2003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그들이 얼마나 검소하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검소하게 살아도 그 정도 돈이 드는 곳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지 일 년이 넘어서고 있고, 또 20년전에 이곳에서 생활한 것 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기간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 생활비 비싼 것은 여전해서 아무리 검소하게 생활하려 해도 들 비용 다 들기 마련이다. 산 속에서 혼자 사는 것 아니고 도시에 사는 이상 최소한의 경비만도 한달이면 몇 백만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미국에서 가장 싼 것은 바로 한식으로 밥 해먹는 식비다. 쌀 값은 10불이면 한 달 가까이 먹을 수 있고, 김치 사다 먹어도 10불이면 두 주는 넘길 수 있다. 시레기 좋아하는 사람은 한국식품점에 가면 파운드 당 9 센트면 살 수 있는데 1 불어치만 사다가 삶아 물 꼭 짜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청국장이나 된장국에 넣어서 한달 이상 먹을만큼 된다. 닭고기 싸고 우유 싸니 큰 돈 들어가지 않는다.

가장 큰 몫으로 지출되는 돈은 역시 차량비다. 중고차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이곳에서 유학생 시절 처럼 골골대는 차를 타고 다닐 수는 없고 최소 $ 5,000 이고, 어떤 사람은 $ 15,000이 넘는 차도 그 자리에서 산다. 차야 나중에 다시 되판다지만 감가상각비가 몇 천불이니 한달에 몇 백불씩 지불하는 셈이다.

그 다음으로 주거비다. 유학생들이야 학교 아파트에 살 수 있지만 교환교수는 그럴 수도 없으니 민간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데 그 사글세가 우리돈으로 백만원은 최소 수준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원베드인데 물 값 포함하여 $ 695 이다. 방 두개 짜리는 이보다 더 비싸 800 불을 넘어서며, 게다가 목됵탕 두 개면 더 비싸다. 물론 우리 아파트 경우 벽난로 없는 아파트는 $ 650 이면 들어갈 수 있으나 몇 개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벽난로 값을 내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시애틀 주변 지역에서 비교적 싼 곳에 속하며, $ 1,000 넘는 곳도 많다.

기타 한 달에 정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기본 품목들은 전화비, 케이블 TV 시청료, 인터넷 사용료, 전기료, 자동차 보험비, 개스비, 버스비, 신문대금 등인데 이 돈이 장난 아니다. 자동차 보험료를 한 달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계산해서 기본 공과금은 한달 수 백불이 들어간다. 그러다 여행 한번 하면 천 불은 우습게 추가 지출한다.

또한 명색이 교환교수니 책도 복사해야 하고 비디오 자료도 수집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복사비의 경우 학교 내 도서관의 경우 복사기를 이용해 복사하면 장 당8전에서 10전 까지(우리 돈으로 100원에서 120원) 하기 때문에 나는 주로 학교 앞 복사집을 이용한다. 그곳에서는 장당 6전(우리 돈으로 70원)에 복사를 할 수 있는데 물론 주인이 복사해 주는 경우는 이보다 배가 비싸다.

첫 학기 동안 나는 한국인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복사집을 이용하다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멕시코인이 운영하는 복사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 거의 매주 적게는 한번 이상 들러야 하는 그 복사집 주인과 어느날 딜을 하여 장당 4전에 했었고, 그 다음 학기에는 다시 딜을 하여 3.5전에 합의를 했다. 이곳에서도 고객인 경우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그리고 신기한 것은 3.5전 때문에 점원이 자주 계산을 틀려 결국 3전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외견 상 말끔하고 명민하게 생긴 그 점원은 왠일인지 계산기를 이용해도 ŗ .5전 * 378 장" 같은 경우 종종 계산을 엉터리 없이 틀리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물론 주인은 실수 없이 계산하곤 했지만, 어쩌다 주인이 없을 때 그는 복잡한 계산 때문에 3전으로 해 주었다. 한 두번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주인과 다시 딜을 하여, 물론 점원이 왠일인지 계산을 잘 못하니, 복잡하니 어쩌니 하는 식은 아니고, 특별 고객 취급을 요청했다.

"너, 나 누군지 알지?"
"응, 김 교수라고 했잖아?"
"아니, 그것 말고. 너, 내가 여기 얼마나 자주 오는지 알지?"
"응, 일주일에 한 번?"
"아니, 그 보다 더 자주. 두 번, 때로는 세 번."
"그런 것 같다."
"그런 내가 특별 고객이게, 아니게?"
"특별."
"특별 딜 해줄래, 안 해줄래?"
"해줄게."

이후 나는 줄곧 3전에 복사를 하고 있다.

어떤 교수는 학교 신문에 가끔씩 실리는 할인권을 수 십장씩 오려 가지고 다니며 쓴다지만 역시 귀찮은 일이고 직접 주인과 딜을 하는 것이 간편하다. 비디오 테잎 역시 정상 가격은 2불이 넘지만 할인 큐판을 이용하면 반 가격인 1불에 살 수 있다.

의료비 역시 우리 처지와는 너무 다르다. 20년 전 유학생 시절에 난 학교 보험을 들어 학교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를 자주 이용했었다. 그곳에 가면 의사의 진찰비는 무료였으며, 단지 처방전을 발급받는 경우 약값만 약국에서 지불하면 되었고, 어떤 때는--예컨대 간단한 처치를 받은 경우--처방전을 발급 받았어도 약국에 들르지 않고 슬쩍 처방전을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고 그냥 돌아옴으로써 돈을 절약한 적도 있다.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면 학교 보건소 의사들이 하나 같이 은퇴한 노인들이어서 가는 귀가 먹었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한국에서 상비약 등을 공수해 자가 처방을 통해 병과 싸우는 것이었다. 그때는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약을 공수해 자기 처방을 통해 항생제도 먹고 물약도 먹으면서 돈을 절약했었다.

그러나 교환교수 신분에 그럴 수는 없고 정 심하면 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다. 이곳 개인 병원을 설명하자면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간호사 복도 입지 않은 아줌마 도우미가 접수를 받는 병원 대기실, 진료실이라고 해 놓은 방에는 겨우 미렁지 같은 종이 깔아 놓은 침대 하나와 귀 속 들여다 보는 작은 손전등 하나, 그리고 입 속 열어 보는 대나무 막대 하나가 전부인 실정이다. 구석에는 체중기와 신장기 하나 놓여 있고. 한국에서 최근에 개업한 개인 의원들의 그 안락하고 화사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리고 갖은 잡지들과 음악과, 케이블 방송과 꽃꽃이 수반 및 세련되고 아름다운 간호사 언니 등을 기대했다가는 넋 나가기 십상이다.

의사 역시 한국에서처럼 잘 생기고 젊은 명민한 의사가 아니라 나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의사인 경우가 많으며, 이책 저책 뒤적이며 '그 책 어디 두었더라'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이윽고 책 속에서 발견한 약 이름 조심스럽게 처방전에 적어주는 그 모습이 도저히 미덥지도 않고 마뜩치 않다. 더 가관인 것은 진료비다. 대체로 개인부담금인 디덕터블을 거의 내아 한다. 그러니 내 경우 참고하자면 한국에서 보험 들 때 디덕터블이 적은 쪽으로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곳 미국의 보험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고, 병원 이용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나 같은 경우 한국에서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그나마 싼 경우지만, 이곳에서 비지니스 보험이 아닌 개인 보험은 너무나 비싸다. 그것도 개인 부담금이라고 할 수 있는 디덕터블이 반드시 있으며, 그 개인 부담금도 우리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보통 개인부담금 500불인 경우를 가장 선호하는데 이 경우 한달 가족 보험료가 540불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한 가구당 한달 보험료가 70만원 정도고 혹시 아파 병원에 가면 개인 부담금으로 60만원까지는 자기가 지불해야 한다. 감기의 경우 220불 정도니 다른 경우는 500불이 대체로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개인 부담금을 올리면, 그러니까 2000불, 혹은 10,000불 이런 식으로 자기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보험을 드면 한달 보험료가 낮아지는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최소 300불 정도는 반드시 내야 한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개인 부담금을 높이고 월 보험료는 낮추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한국의 의료보험은 비록 정권은 사정 없이 흔들었으나 우리 같은 일반 서민에게는 더할 수 없이 싸고 만만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동네 의원인 경우 그 공동체 속성상 수퍼마켓 주인 소유의 의로뵤험카드 한 장을 온 동네 사람들이 돌려가며 사용해도 거부할 수 없으니 주민 좋고 의사 좋지 않은가. 동네에 병원 낸 의사가 거부하면 동네 사람들 그 원망을 어찌 들을 것이며, 다른 의원에 가서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 거부할 것인가. 그래서 군대 간 청년 앞으로도, 돌아가신 할머니 앞으로도 의료보험비가 청구되지 않은가. 물론 봉급 생활자들이야 그 몫까지 대신 지불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 너 좋고 나 좋고. 보험 공단 거덜나도 돈 안내니 좋고 말고.

의료보험을 이용하면서 주의할 점은 이곳에서 의료비 보상을 받는 경우 재계약이나 연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약 값 청구해 받았는데, 반년을 더 연장하려고 전화했더니 보상받은 경우 가입이 안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할 수 없이 한국으로 연락해 다른 보험회사를 선택해야 했다(ACE에서 AIG로).

교환교수로 와서 도 닦는 사람처럼 살 수는 없으니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해야 한다. 쿠어스나 버드와지저 맥주 24 캔에 $ 13불이니 술 값은 이곳이 너무 싸니 부담이 안 되는 편이고 골프 역시 할인권 모듬 책(Coupon Book)을 이용하면 만 원 남짓이면 18홀을 돌 수 있다.

애들 데리고 온 교수들 중에는 이곳에서도 갖은 과외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숙제 과외, 피아노 과외, 영어 과외 등 돌아가면서 애를 볶아대는 경우다. 그렇다면 한 달 과외비가 또한 천 불은 넘어선다.

마지막으로 전화비다. 나 같은 경우는 가족이 두 무리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한국으로 전화를 하는 편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교환교수들은 한국으로 안부 전화도 하고 부모님께 전화하느라 전화비 지출이 많은 셈이다. 전화비 역시 pre-paid phone card를 이용하는 것이 싸다고 알려져 있지만 더 싼 것은 바로 인터넷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1 분에 1.9 센트하는 인터넷 전화 카드를 이용한다. 옛날엔 분당 거의 1 불이었으니 대단히 싼 셈이다. http://phonecardsforsale.com 을 이용하면 인터넷에서 카드를 살 수 있는데 사용 방법은 그 쪽에서 알려 주는 PIN 을 이용하면 된다.

이제는 미국에서 전축 사고 텔리비전 사고 세탁기 사고 냉장고 사 가는 시대는 지났다. 전자제품 품질이 한국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절전형이고 또 이곳에서 사 간 제품 나중 서비스 받기가 쉽지 않으니 이제는 국산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안 사가도 한 달에 미국에서 사는 데는 수 백만원씩 들어간다. 열심히 세일하는 곳만 골라가며 먹을 것을 사도 그렇다. 그러니 열심히 살지 않으면 그 속상함을 버텨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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